썩은 호도(胡桃)

Contents

썩은 호도(胡桃)

염상섭

진하가 량선생 집에를 차저 간 것은 이번이 두번재 이엇다.

작년 여름에 뎐차 속에서 량선생을 3, 4년 만에 만나서 뎜심을 가티 먹으랴 가자고 하야 서대문께서 나려서 어느 청료리ㅅ집에를 끌려간 일이 잇잇다. 량선생의 샌님틔는 언제 보나 한결 가타얏지만 그 바자윈 규모로서는 큰 턱이라 할만치 한 턱을 내인 것도 어렷슬 때부터의 의형뎨라는 교분을 생각한 것이요 또 한아는 얼마ㅅ 동안 진하의 학비를 조금씩 보조하야 주든 정리로 이엇든 것은 진하도 짐작 하얏섯다. 사실 진하로서는 녯날의 은인이요 의형님이든 량선생을 오래ㅅ동안 찻지 안코 량선생이 서울로 올러온 뒤에도 이때것 무신하게 지낸 것을 속으로는 미안히 생각하얏스나 엇전지 녜전가티 형님이라는 말이 거침업시 나오지는 안핫다. 그것은 고사하고 진하를 놀라게 한 것은 량선생의 입에서 련해 공처주의(共妻主義)를 찬미하는 말이 나오든 것이엇다. 소학교선생님 때부터 골생원님으로 유명하얏고 그 후에도 자긔 싀골서 교원생활을 하면서 한학(漢學)연구에 골들하든 량선생 지금도 서울와서 XX고등보통학교의 한문선생으로 잇는 량선생이 공처주의를 찬미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놀라울 일이엇다. 3, 4년 동안에 조선사회도 변하얏다면 변하얏겟지만 량선생가티 변한 사람은 차즈랴야 차즐 것 갓지 안타고 생각하얏다.

「지금도 서장(西藏)에는 실제로 공처제도가 실행하야 잇고 서양의 어느 교파에도 그런 풍속이 남앗다데만은 아마 인류의 원시뎍 상태가 그러하고 인류본연성(人類本然生)이 역시 그러하다고 나는 생각하네. 하여간 쉬운 례로 보아도 공산제도를 창하는 세상이면야 공처주의라고 배척할 리유야 업지 안흔가? 물론 녀자를 몰질시(物質視)하고 허는 말은 아닐세만은 위선 성뎍행위(性的行爲)의 비밀을 개방하는 뎜으로만도 도리어 도덕상 조흘 줄 아네. 즉 말하면 비밀로 말미암아 생기는 여러가지 성뎍 부자연한 병페와 죄악에서 인류를 구원할 수 잇스리라고 생각하네… 다처주의(多妻主義)가 실제에 시인되면야 다부주의(多夫主義)가 부도덕할께 무언가? 생각해 보게그려- 만일 우리의 사회를 원시사회와 가티 녀자가 지배권(支配權)을 가지고 잇다면 엇더하겟나?…

량선생은 이러한 소리를 하면서 진하의 동의를 어드랴 하얏다. 진하는 처음에는 「이 량반이 미첫나? 혹은 넘어 공부를 하야 정신에 이상이 생겻나?」하는 생각으로 별로 진담으로 대ㅅ구를 하기가 실혀서 허허허 웃기만 하면서 듯고 나서

「형님 망녕의 말씀이시구려. 요새ㅅ 사회의 풍긔물란한 것을 보시고 반동뎍으로 그러한 극단의 생각을 하시나 보구려?」하며 깁히 리론을 캐어서 반박을 하랴고도 아니 하얏더니 량선생은 도리어 역정을 내는 듯 하면서 여전히 착은 착은한 어됴로

「이 사람 내가 실업슨 소리를 하는 줄 아나? 자네가튼 신지식에 밝은 사람이면 얼마쯤은 내 말에 찬성할 줄 아랏더니 역시 이 사회 환경에서 자라난 그대로의 소위 현대뎍 인텔리겐챠에 불과 하이그려…」

하며 되집어지이는 수작이엇다. 그러나 진하는 그래도 량선생이 자긔를 시험해 보랴고 이러한 소리를 하거나 그러치 안흐면 량선생 자신에게 무슨 번민이 잇서서 저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말끗을 돌려버리랴고 하니까 잠간 잠잣고 안젓든 량선생은 얼른 말을 막으며

「참 그런데 나는 그동안 귀분이하고 결혼을 하얏네-」하고 다소간 열적은 낫빗이엇다.

「네- 그건 벌서 들어 알지요…」하며 진하는 말을 끈흐랴다가 량선생이 겸연적어하는 것이 미안하야

「…아무러면 엇덧슴니까. 난 잘 되엇다고 생각하얏섯세요」하고 의미 업시 웃어 보엿다. 량선생은 잠잣고 고개만 끄덕끄덕 하야 보이다가

「하여간 한번 놀라오게. 넘어 그러케 적조하야서 되겟나!」하며 량선생도 껍질만 남은 듯한 깜안 두불에 주름을 잡혀보이며 마조 웃엇다.

그후 일주일이나 지나서 어느날 밤에 진하는 긔실 호기심을 가지고 가르처준 대로 량선생집에를 차저갓섯다. 이것이 량선생이 서울 온 뒤 – 그보다도 량선생이 귀분이와 결혼한 뒤에 처음 차저간 것이엇다. 그날 량선생은 별로 공처주의도 이약이 아니 하고 그전 론산에서 지내든 이약이 저야기로 시간을 보내다가 헤어저 왓으나 공처주의를 제창하든 량선생은 진하와 약혼할 번 하다가 지금 자긔의 부인이 된 귀분이를 불러내어 보이지도 안핫섯다. 실상은 귀분이를 보랴간 것도 아니요 또 귀분이를 불러내어 진하 압헤 안친다든지 하면 도로혀 괴로윗술 것이나 엇재든 공처주의자의 량선생이 자긔 부인을 감추어 두는 것은 웃으웟다.

…그 후 일년만에 진하는 오늘 두 번째 녯날의 귀분이가 사는 이 집을 지금 차저온 것이다.

 

량선생은 엄섯다. 진하는 오늘 낫에 학교에 뎐화를 걸어보고 량선생이 그동안 병으로 결근을 한다는 말에 의례 잇스려니 하고 간 것이나 안에서 부인의 목소리인지

「누구세요? 안게십니다」할 뿐이다.

진하는 좀 망서리엇다. 주인 부인 혼자 잇다면 이 밤중에 만나볼 필요가 업다고도 생각 하얏스나

「편치 안흐시다드니 어대를 출입하섯나요?」하고 무르댜니까 거기에는 대답이 업시 량선생 부인은 고무신짝을 끌고 쪼르를 나오면서 다소간 반기는 목소리로

「누구세요? 장선생님 아니세요?」하고 컴컴한 문간에 안에서 흘러나오는 불벗를 등지고 마조 선다. 희미한 가운데서도 륜년 전의 귀분이인 것을 진하는 알아보앗다.

「녜- 그런데 엇더케 아섯소?」

진하는 그라도 자긔가 가르치든 이 녀자가 반갑지 안흘 수 업섯다. 지금은 말하자면 사모(師母)요 의형수라 하겟스나 녯날에는 사뎨(師弟)간이요 될 번 댁부인이다. 진하는 태연히 하자면서도 마음이 서성거려지지 안흘 수 업섯다.

「어서 드러 오서요. 선생님 목소리를 제가 니저 버렷겟습니까? 작년에도 오섯든 것을 못 뵈엇지요…」하며 귀분이는 진심으로 반가운 듯이 웃으며 압장을 선다.

「난 곳 가겟소이다」하면서도 진하는 따라 드러오는 수밧게 업섯다.

「가신긴 웨 그러케 가서요. 요센 혼자 집 직히기에 죽을 지경압니다.」

사람 가난이 들어서 이러케 반기는 것인지 녜전 선생이요 또 한때는 내 남편이 되려니-꿈 꾸든 남자라 하야 반기는 것인지는 모르겟스나 혼자 집 직힌다는 말에 진하는 한칭 더 마음이 구더지면서 올러갈 생각이 아니낫다.

「선생님은 어대 가섯나요? 혼자 엇더케 게서요? 아이년도 업나요?」진하는 한칭 더 말을 존대하야 자긔와의 거리를 멀즉히 떼이는 긔색을 보이랴 하면서도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랴고 어러케 말하얏다. 아니게 아니라 작년에 왓슬 때 보든 간난이도 눈에 아니 띄인다.

「간난이는 싀골집으로 쪼차버리시고 선생님도 어대를 가섯는지 벌서 일주일이나 되는데 가신 데를 알 수가 업슴니다그려. 처음에는 간난어멈이 제 딸을 밋며누리로 보낸다고 하니 싀골댁으로 가시는 길에 데려다 주신다고 가티 떠나섯는데 도모지 소식이 업서요.」

귀분이는 이런 걱정을 하기는 하얏스나 그리 애가 씨우는 긔색도 아니엇다.

「기다려 보시면 곳 올려오시겟지요. 그동안 댁에 나려 가신 것은 몰랏스나 어제 오라버니를 우연히 로상에서 만나 뵙고 좀 이상한 소리를 들엇기에 선생님을 만나 뵙고 자세한 말씀이나 들을까 해서 온 것 암니다만은 대관절 웨들 그러세요?」

「오라버니를 만나섯세요? 그저 서울게서요?」

귀분이는 인제야 진하가 불숙 차저온 까닭을 아라 차렷다는 듯이 고개를 잠간 끄덕여 보엿스나 아모 포정도 업섯다. 놀라는 긔색도 아니요 오라비를 미워하는 말씨도 아니엇다.

그러나 귀분이는 고개를 떠러트리고 무슨 생각을 잠간 하더니 겁을 펄쩍 내면서

「오라버니가 뭐라고 하세요?」하고 뭇는다.

「별 말씀은 업지만…」하며 진하는 말끗흘 흐려 버렷다.

진하는 사실 어제 귀분이의 작은 오라비 석태를 사동 모통이에서 만나서 량선생 부부와는 의절을 하얏다는 말을 듯고 오늘 틈을 타서 차저 온 것이엇다. 로상이요 또 석태가 곳 떠난다는 통에 자서한 이약이를 들을 겨를도 업섯지만 매우 흥분된 눈치로 량선생을 얌체 빠진 자식이니 의리부동한 놈이니 남의 누이를 유인하야 타락을 식혀 노핫느니 하며 욕설을 퍼붓다가 사긔횡령과 중혼죄(重婚罪)로 고소를 한다고 니를 가라부첫다. 향선생이 자긔 누이와 그러케 된 것은 벌서 4년 전 일이요 그 까닭으로 량선생은 고향에서 쫏겨나서 서울 올러와 잇는 것 일뿐 아니라 그 후에도 석태는 이때까지 량선생을 매부요 의형님으로 섬겨왓는 터인데 지금 새삼스러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면서 고소를 하느니 엇저느니 하는 것은 웃으운 일 갓기도 하나 그간에 무슨 딴 사단이 생긴 것쯤은 진하도 짐작할 수 잇섯다. 그러나 진하가 채처 무르랴는데는 한 마대도 대답하지 안코

「말하면 무얼하나. 내 입이 더러울거니까 안 하네. 또 자네가 안다면 자네도 상심만 될 걸세. 엇잿는 지금와서는 자네 얼굴을 보기가 한칭 더 부끄러우이. 그러나 친구고 무어고 인젠 다-모르네. 언제든지 긔회 잇스면 또 만나세…」하며 흘쩍 뎐차를 잡아타고 다라나 버렷든 것이다.

「엇잿든 좀 올러 오서요. 엿주어 볼 것도 잇고 의론를 활 것도 잇스니요.」

귀분이는 이때까지 정신업시 축대 우에 섯든 것을 인제야 생각하고 이러케 권하며 압흘서 마루로 올러간다. 진하는 젹적한 뵈이 집에 절은 녀자와 한방에 마조 안젓술 것이 조심스럽고 난처하얏스나 구지 안드러 간다는 것이 도리어 순탄치 못할 것 갓고 자긔 역시 무러 볼 말도 만흔데 선선한 박게 언제까지 서서 이약이 할 수가 업서 따라 드러가기로 하얏다.

권하는대로 알에ㅅ목에 안즈며 방안을 돌려다 보니 작년에 왓슬 때보다도 세간이 퍽 주른 모양이다. 화류삼칭장이 잇섯든 법한데 그것도 업고 긋득 싸엿든 책도 반 넘어나 업서진 모양이다. 고리짝이며 괴짝나부렁이가 되는대로 노혀 잇고 폇다가 거더 치운 금침과 의복들이 어수선 산란하게 느러 노힌 것도 눈에 거슬렷다. 젊은 계집의 혼자ㅅ 살림이라는 것도 말이 아니되는 일이지만 개전치 안흔 것은 고사하고 엇전지 이사가는 집 갓기도 하고 처먹고는 밤이나 낫이나 뒤어쓰고 업대서 서밥이나 끄러드리고 하는 그 따위 종류의 계집의 살림을 보지는 못하얏스나 엇잿든 그러한 긔분이 도라서 진하는 무심코 눈살을 찝흐렷다.

귀분이는 진하와 기윽자로 방문 미테 쪼그리고 안는다. 환 불빗헤 자세히 보니 5, 6 년 전 열 예닐곱 때보다 그리 늙지도 안코 한구석이 뷔인 듯이 어리석은 듯 하면서도 남자를 끄는 그 얼굴판이 그대로 잇서 보엿다. 오히려 낫 갑슬 하느리고 얼굴이 좀 모혀서 인제는 제 념량이 드러도 보엿스나 그 대신에 개기름이 번즐번즐한 것이랴든지 육감뎍인 그 입모슴이 한칭 더 음부(淫婦) 타입으로 변한 것 가타얏다. … 미완(未完)

 

삼천리 제1호 / 발행일 1929/06/12

Loading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